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유가족들의 삶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한 책에서 소개한 다큐멘터리 <이블린>을 보았다.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<이블린>은 영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95분의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다. <이블린>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해봤다.
1. <이블린> 소개
다큐멘터리 감독이 13년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동생을 애도하기 위해, 가족들과 또 친구들과 동생과 함께 갔던 곳을 도보로 여행하며 동생을 기리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. 외면하려고 했던 동생의 죽음에 관련된 것들을 직접 마주하면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치유하는 시간을 가진다.
2. <이블린> 의미
이 여행의 끝에 다다른 그들이 괜찮아졌냐고 묻는다면..여동생의 말대로 '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는 않는다'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.
그럼에도 그들의 여정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금기시 되었던 동생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고, 동생과의 아름다웠던, 또는 즐거웠던 추억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.
3. 남겨진 자들의 죄책감
가족들은 다들 제각각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과 죄책감을 마주하고 있었다.
자살한 이의 이름만 들어도,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기만 해도 곧 내가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던 어머니의 고백. 자살 이력이 있던 가문, 어쩌면 아들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슬픔.
각자의 일상을 보내던 가운데 전해 듣게 된 이블린의 자살 소식은 가족 모두에게 충격이었고 아픔이었고 슬픔이었다.
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.
내가 그 전화를 받았더라면, 내가 그 음성을 확인했더라면..
수많은 '만약'이라는 가정 속에 남겨진 자는 스스로를 죄책감이라는 무덤 속에 가둬버리게 된다.
그러나 아버지는 말한다.
이블린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, 그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아버지였다. 어쩌면 오랜 시간 만약에라는 가정법에 갇혀 끔찍한 죄책감의 무덤 속을 그는 갇혀봤던 것일지도 모른다.
4. 우리 모두 누군가를 잃는다.
가족들은 이 여행을 해나가면서,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솔직히 다가간다. 이 여행의 목적에 관해서.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가족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그런 아픔들이 있다는 것이었다.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가족, 친구로 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.
누군가는 어머니를, 누군가는 친구를, 누군가는 아버지를...
그렇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잃고, 잃었고, 잃을 것이다.
그 속에서 그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, 그리고 우리가 또 다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느다.
5. 진정한 애도
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의 가족들이 느끼는 슬픔 가운데 하나는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보다, 그의 죽음 그 상태만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. 그 끔찍한 순간에 사로잡혀 그 사람의 전부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.
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,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. 그 끔찍한 순간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, 또 우리 안에서 그 사람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애도의 방법이 아닐까.
오늘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<이블린>의 감상평을 정리해봤다. 누군가의 죽음이 주변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고, 진정한 애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굉장히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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